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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오늘은 정비하는 날

부자아빠 石泉 2021. 12. 27. 22:18
15일차 
 
오늘은 정비하는 날이다. 
 
군대에서 짧은 훈련을 마치고나면 하루, 긴 훈련을 마치고 나면 이틀정도의 정비시간이 있다. 세탁도 하고, 침구 건조도 시키고, 소총을 비롯하여 각종 차량, 무기 등을 깨끗하게 닦고 기름칠하는 시간이다. 내게도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누나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함께 오수(獒樹)에 나가 이발을 했다. 작은 면소재지에 이발소는 달랑 두개 있는데 미용실은 열개쯤 돼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발소를 찾는 분들은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들 뿐이다. 이발사의 아내는 얼굴부터 말끔하게 면도해준다. 누나는 이발소 안까지 들어와 손님들에게 서울서 온 잘생긴? 동생을 자랑한다. ㅋㅋ 
 
농협 마트에 들러 산소에 갈 간단한 제수와 술을 두세트로 준비했다. 인근에 사는 막내누나를 픽업하여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모신 산소에 성묘하면서 조상님들의 음덕으로 오랜 직장생활 잘 마쳤음을 감사드렸다. 작년에 심은 철쭉과 배롱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어 올해 다시 심어야 할 것 같다. 
 
누나들과 점심후 둘째누나 집 가까이 있는 혼불문학관에 갔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작품세계 해설과 육필 원고, 혼불의 배경사건 들을 압축, 모형으로 드라마타이즈하여 전시하였다. 기억력이 엄청 좋은 둘째 누나는 혼불의 내용과 배경을 설명해 줬는 데  일흔 둘의 나이가 무색했다. 
 
이어 한우 23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생질의 소막과 농산물 가공시설, 육모장, 농기계 창고  등 이것 저것 둘러보고 돌아 왔다. 영농후계자로 마을 이장 일을 보고 있는 조카는 나름 성공한 영농조합법인의 사업가였다.  
 
누나 집 마당에서 아무렇게나 구겨넣다시피한 짐들을 모두 꺼내 정리하고 세차하니 비로소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일 귀가하는 일만 남았다.
 
202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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